
솔직히 말하면, 저는 꽤 오랫동안 "성실함"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그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히로유키의 《1%의 노력》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처음으로 언어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노력의 양이 아니라 포지션, 진심, 그리고 발신자로서의 태도가 결과를 가른다는 이야기입니다.
포지션: 어디에서 뛰느냐가 얼마나 뛰느냐보다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엔 이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제가 다니던 조직에서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고, 주어진 일은 빠짐없이 처리했습니다. 주변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저 역시 그게 경쟁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팀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논의에 저는 없었습니다. 저는 계속 실행자였지, 설계자가 아니었던 겁니다.
히로유키는 이 현상을 포지셔닝(Positioning)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포지셔닝이란 자신이 조직이나 시장 내에서 어떤 역할과 위치를 차지하고 있느냐를 뜻하는 전략 개념으로, 경영학에서는 차별화된 가치를 선점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노력이라도 어떤 역할로 그 노력을 쏟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가 예로 드는 '맨션 관리인'은 꽤 날카로운 비유입니다. 관리인은 맨션이 잘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두고, 정작 본인은 큰 문제가 생길 때만 나섭니다. 반면 건물 청소를 직접 매일 하는 사람은 현장에 있지만 구조를 바꿀 권한이 없습니다. 어느 쪽이 더 영향력 있는 포지션인지는 명확합니다.
제3자적 포지션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장감: 실제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겪어본 경험
- 경영의 논리: 비용과 효율, 전체 흐름을 볼 수 있는 시각
- 커뮤니케이션 비용: 위와 아래 사이에서 말을 연결하는 능력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갖춘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이 포지션은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중 하나만 빠져도 '현장만 아는 사람' 또는 '탁상공론만 하는 사람'으로 분류되더라고요.
진심: 듣기 좋은 말보다 맞는 말이 포지션을 만듭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이 찔렸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오랫동안 상대방의 기분을 우선시하며 말을 골라왔습니다. 누군가의 사업 아이디어가 아무리 봐도 잘 안 될 것 같아도 "좀 더 다듬으면 될 것 같은데요"라고 얼버무렸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게 친절이 아니라 회피였습니다.
히로유키는 이런 상황에서 진심을 말하는 것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비용(Communication Cost)이라고 표현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란 조직 내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데 드는 사회적 에너지와 관계 자본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해서는 안 될 말을 적절한 방식으로 꺼낼 수 있는 기술입니다.
그가 제시하는 공식은 단순합니다. 진심을 말하고, 틀렸을 때는 정중히 사과한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반대로 거짓된 위로를 건넸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그때는 사과할 명분조차 없습니다. "사실 별로일 것 같았어"라고 뒤늦게 말하는 건 더 큰 신뢰 손상입니다.
실제로 조직심리학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높은 팀, 즉 구성원이 솔직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성과 지표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결과를 보였습니다(출처: Google re:Work). 심리적 안전감이란 비판이나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합니다.
저도 요즘은 조금씩 바꿔보려고 합니다. "이건 좀 다시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꺼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그렇게 말한 뒤 오히려 관계가 더 단단해지는 경험을 드물게나마 하고 있습니다.
발신자: 손을 드는 사람이 포지션을 선점합니다
히로유키가 이 책에서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역추세 사고(Contrarian Thinking)입니다. 역추세 사고란 대다수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먼저 생각해보는 사고 방식입니다. 취업 면접에서 "종이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남자이지만 비서 자격증 1급을 취득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대부분의 사람은 같은 말을 한다는 겁니다.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미디어를 소비하면, 결국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이 눈에 띄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회의에서 의견을 먼저 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지더라고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그럼 이 부분은 누가 맡으실 건가요?"라는 말이 돌아올 때 눈을 피하게 됩니다. 반면 먼저 의견을 냈을 때는 실행 담당자로 지목되는 대신 방향을 제시한 사람으로 남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조직 내에서 승진 기회를 얻는 데 있어 '의사 표현 능력'이 '업무 수행 능력'과 거의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열심히 하는 것만큼,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느냐가 중요하다는 데이터적 근거입니다.
히로유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무 계산 없이 학생회에 손을 든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도 일단 손을 드는 것 자체가, 시스템 밖에 머물던 사람을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발신자 마인드셋은 결국 포지셔닝의 출발점입니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지금 저는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지금 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저도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포지션을 설계하고, 진심을 말하고, 먼저 손을 드는 것.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지금 부족하다면, 《1%의 노력》은 꽤 날카로운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얇은 책이라 부담도 없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tQt-H07lX4&list=PL8LKu_ozzJcqpZTM_59l5CRQbXFx8GNiQ&index=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