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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기술 (불확실성, 확증 편향, 행동 심리)

by 행복한 이안파파 2026.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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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기술

 

성공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오래 믿어온 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은 건, 책 한 권을 읽고 나서였습니다. 불확실함을 없애야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불확실함을 그냥 안고 가는 것 자체가 시작이라는 사실. 이걸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패턴이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인터넷 검색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색을 하면 할수록 실행은 점점 멀어졌습니다. 실패 후기, 폐업 사연, "괜히 시작했다"는 하소연들이 화면 가득 쏟아졌고, 저는 그것만 보면서 '역시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리곤 했습니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릅니다. 확증 편향이란 자신이 이미 믿고 싶은 방향의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인지적 오류를 말합니다. 실패가 두렵다는 심리가 먼저 깔려 있으면, 아무리 많은 성공 사례가 있어도 눈에 들어오는 건 실패 사례뿐입니다. 저는 시작하기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포기를 선택해 놓고, 그 선택을 정당화할 근거를 인터넷에서 찾고 있었던 겁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으로도 설명합니다. 손실 회피 편향이란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이 약 2배 더 크게 느껴지는 심리적 경향을 의미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100만 원을 얻는 기쁨보다 100만 원을 잃는 고통을 훨씬 강렬하게 느낍니다(출처: 노벨위원회). 그러니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보다 훨씬 크게 다가오는 건 어쩌면 본능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그 본능에 끌려다니다 보면, 몸으로 직접 겪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영영 놓친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에는 결과만 있고 과정은 없습니다. 실패한 사람의 하소연에는 그 사람이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배웠는지가 빠져 있습니다. 저는 그 빠진 부분을 읽지 않고, 결론만 읽고 판단하고 있었던 겁니다.

확실성을 좇을수록 삶이 좁아지는 이유

"확실한 것만 하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저는 한동안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신중한 태도라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확실한 일만 고른다는 건 이미 해본 일만 반복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일에는 정의상 불확실성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게리 비숍의 책 시작의 기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확실성은 환상'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것들 대부분은 사실 반쪽짜리 정보이거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정에 불과합니다. 과학적 사실조차 10년, 20년이 지나면 뒤집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2020년대 초반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수많은 것들이 한순간에 달라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심리학회(APA)가 정리한 회복탄력성(Resilience) 연구에 따르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심리적 성장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출처: 미국 심리학회). 여기서 회복탄력성이란 스트레스나 역경 앞에서 적응하고 회복하는 심리적 능력을 말합니다. 중요한 건, 이 능력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키워진다는 점입니다. 확실한 것만 골라 행동한다면, 이 근육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이 부분은 정말 그랬습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당연히 어설프고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생긴 크고 작은 판단력과 감각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읽어도 생기지 않던 것들이었습니다. 몸이 직접 경험한 것과 눈으로 읽은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확실성에 중독된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작하기 전에 모든 정보를 모으려다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함
  • 실패 사례만 선택적으로 찾아보며 포기를 합리화함
  • 안전한 선택만 반복하다 성장 없이 제자리를 맴돌게 됨
  • 이미 이룬 것들이 생기면 그것을 지키려는 심리로 새 도전을 더욱 기피하게 됨

불확실성을 실제로 다루는 방법

솔직히 "불확실성을 환영하라"는 말은 처음 들었을 때 좀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두렵다는 감정은 그냥 선언 한 번으로 없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실제로 변하게 된 건,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게 아니라 행동의 단위를 작게 쪼갠 것이었습니다.

행동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행동활성화란 기분이나 동기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작은 행동을 먼저 실행함으로써 동기와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인지행동치료 기법입니다. 쉽게 말해, '하고 싶어지면 하는 게 아니라 하다 보면 하고 싶어진다'는 원리입니다. 저는 이 방식이 실제로 맞더라고요. 완벽한 준비가 갖춰질 때를 기다리지 않고 일단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면,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안을 줄여줍니다.

작심삼일을 100번 하면 1년이 된다는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 번에 완벽하게 꾸준히 해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시작을 막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며칠 못 하다가 다시 시작하는 걸 반복하는 것이, 시작 자체를 못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멈추지 않는 것 자체가 이미 전진입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사고 과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점검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지금 내가 정보를 모으는 건지, 아니면 시작하지 않을 이유를 정당화하고 있는 건지를 스스로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도 인터넷을 뒤지다가 문득 '나 지금 또 포기할 이유 찾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순간부터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불확실성이 무섭지 않아지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무서운 채로도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진짜 변화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준비가 완벽해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지금 상태로 시작하는 연습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저도 아직 완전히 두려움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시작도 전에 포기하는 일은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 뭔가를 시작하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다면, 게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을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책 한 권이 당장 삶을 바꾸진 않더라도, 생각의 방향을 틀어주는 데는 충분히 힘이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DxmAFCc7hI&list=PL8LKu_ozzJcqpZTM_59l5CRQbXFx8GNiQ&inde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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