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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성장의 비밀 (훔치는 힘, 암묵지, 체화)

by 행복한 이안파파 2026.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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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의 조건

열심히 하는데 실력이 안 는다면, 방법이 틀린 게 아니라 태도가 틀린 걸 수도 있습니다. 사이토 타카시의 『일류의 조건』을 읽으면서 저도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배우는 사람과 훔치는 사람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훔치는 힘: 제가 오래 몰랐던 학습의 본질

"열심히 하면 늘겠지"라는 말, 저도 한동안 믿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간을 꽤 쏟아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시기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강의도 듣고, 책도 읽고, 누가 알려주는 대로 따라 해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체된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찾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배우는 자세'로만 임했지, '훔치는 자세'로 덤빈 적이 없었던 겁니다. 잘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 대단하네" 하고 감탄만 했지, 그 행동을 집요하게 분해하고 따라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책에서 소개된 야구 선수 야마다 히사시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1970년대 일본 퍼시픽 리그를 대표하던 투수로, 언더핸드 스로우로 통산 284승을 기록한 선수입니다. 언더핸드 스로우란 팔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공을 던지는 투구폼으로, 타자 앞에서 공의 낙폭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속이 느리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야마다는 구속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이 단점을 오랫동안 덮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구위만으로 승부를 볼 수 없게 되자, 그는 같은 팀 투수인 아다치 고이치의 싱커를 배우려 했습니다. 싱커란 타자 앞에서 갑자기 아래로 꺾이는 변화구로, 땅볼 유도에 특화된 구종입니다. 그런데 아다치는 가르쳐주길 거절했고, 야마다는 불펜 뒤에 숨어 훔쳐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백 번의 반복 끝에 싱커를 익혔고, 나중에 아다치가 비로소 공 잡는 법을 알려줬을 때 야마다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스스로 훔쳐 익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예전에 어떤 기술을 배울 때 설명을 들어도 감이 잘 안 잡혔는데, 옆에서 잘하는 사람을 한동안 계속 지켜보다 보니 어느 순간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멈췄습니다. 그걸 집요하게 반복해서 내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겁니다. 그냥 이해했다고 착각한 거였습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배우는 것과 훔치는 것은 다릅니다. 배움은 수동적이고, 훔침은 능동적입니다.
  • 기술을 훔치려면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반복적으로 직접 해봐야 합니다.
  • 핵심 포인트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표면이 아니라 본질을 훔쳐야 합니다.
  • 가르쳐주지 않을수록 더 절실해지고, 그 절실함이 체화의 속도를 높입니다.

암묵지와 체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술의 정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암묵지(暗默知)입니다. 암묵지란 개인의 경험이나 감각 속에 녹아 있어서 몸으로는 알지만 말이나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지식이나 능력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오랜 요리사가 "간을 딱 맞게 한다"고 말할 때 그 감각이 암묵지에 해당합니다. 레시피로는 전달이 안 됩니다.

이 개념은 경영학자 노나카 이쿠지로와 곤노 노보루가 저서 『지식 경영(Knowledge Management)』에서 체계화한 것으로, 암묵지와 형식지의 순환이 지식 창조의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출처: 노나카 이쿠지로 공식 사이트). 여기서 형식지란 매뉴얼이나 문서처럼 언어로 표현되고 공유 가능한 지식을 말합니다.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꾸고, 다시 그 형식지를 몸에 익혀 새로운 암묵지로 만드는 과정이 반복될 때 진짜 숙달이 일어납니다.

마쓰시타 전기의 홈베이커리 개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자동 제빵기의 빵 맛이 장인이 만든 빵과 미묘하게 달랐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담당자 다나카는 직접 오사카 유명 빵집의 기술자를 찾아가 그 비법을 몸으로 익히려 했습니다. 기술자 본인도 "왜 맛있는지"를 말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다나카는 그 암묵지를 '비틀어 꺾기'라는 개념어로 포착했고, 엔지니어들은 그 표현을 기계 설계에 반영해 반죽 그릇 안쪽에 특수한 홈을 파는 방식으로 구현했습니다. 수개월의 시행착오 끝에 고품질 제품이 완성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암묵지를 언어로 끌어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꽤 오래 해서 몸에는 익어 있는데, 남한테 설명하려 하면 말이 안 나오는 경험 말입니다. "그냥 느낌으로 알아요"라는 말밖에 못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암묵지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거라는 걸, 이 책을 보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도제식 교육이 바로 이 암묵지를 전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도제식 교육이란 한 명의 장인 밑에서 오랫동안 관찰하고 따라 하면서 기술을 익히는 방식으로, 근대 이전부터 공예, 요리, 예술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된 학습 구조입니다. 매뉴얼 없이, 친절한 설명도 없이, 그냥 어깨너머로 훔쳐보면서 익히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친절하게 많이 가르쳐줄수록 배움이 빠를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경험상 이게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압니다. 너무 쉽게 얻은 정보는 오래 안 갑니다. 반면에 스스로 이리저리 부딪히며 겨우 찾아낸 방법은 몸에 새겨집니다. 이 차이가 바로 단순 모방과 체화의 차이입니다.

학습과학 관점에서도 이 점은 뒷받침됩니다. 스스로 생성한 정보가 외부에서 주입된 정보보다 장기 기억에 더 효과적으로 저장된다는 것은 인지심리학에서 '생성 효과(Generation Effect)'로 알려진 현상입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어렵게 얻어낸 기술이 더 단단히 박히는 것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기억 메커니즘 자체와 관련이 있습니다.

결국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더 많이 배운다'가 아닙니다. '더 집요하게 훔친다'에 가깝습니다. 잘하는 사람을 관찰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암묵지를 포착하고, 수없이 반복하면서 자기 안에 체화시킵니다. 저도 이제는 뭔가를 배울 때 "이걸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까"를 먼저 생각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합니다. 그 태도 하나가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9AZlxdPDOk&list=PL8LKu_ozzJcqpZTM_59l5CRQbXFx8GNiQ&index=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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